중부고속도로는 왜 아직도 2차선일까? 1987년의 선택이 지금까지 이어진 이유

 

산과 숲 사이 편도 2차선 고속도로에서 승용차와 화물차가 길게 늘어서 서행하는 모습
산과 숲 사이 편도 2차선 고속도로에서 승용차와 화물차가 길게 늘어서 서행하는 모습


일요일 오후였다.

곤지암 근처에서 차가 갑자기 느려졌다. 사고도 없고 공사도 없는데 속도는 30km/h 아래로 떨어졌다. 내비게이션에는 익숙한 문구가 떠 있었다.

'정체 6km.'

창밖을 보니 이상한 점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옆 차선도 꽉 막혀 있는데, 애초에 차선이 두 개뿐이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중요한 고속도로가 왜 아직도 편도 2차선이지?"

찾아보니 답은 단순히 "예산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사실 중부고속도로는 처음부터 '주인공'이 아니었다


1987년 중부고속도로가 개통될 당시 이미 대한민국의 대표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였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가장 중요한 축이었고 대부분의 장거리 교통은 그 길을 이용했다.

중부고속도로는 말 그대로 부담을 덜어주는 조연이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경부가 너무 막히니 하나 더 만들자."에 가까운 프로젝트였다.

그러니 처음부터 경부고속도로만큼 넓게 만들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변했다


1987년에 누군가에게 "30년 뒤에는 한 집에 자동차가 두 대씩 있고 택배가 하루 수천만 개씩 움직입니다."라고 말했다면 쉽게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됐다.

승용차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물류는 밤낮없이 움직였다.

경기 동남부와 충북에는 산업단지가 들어섰고, 수도권 사람들은 여행도 훨씬 자주 떠나기 시작했다.

도로는 그대로인데 이용자는 몇 배가 된 셈이다.




그럼 지금이라도 넓히면 되는 거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차선 두 개를 세 개로 만들면 끝 아닌가?"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고속도로를 넓힌다는 것은 아스팔트만 덧까는 일이 아니다.

수십 년 전에 지어진 교량도 넓혀야 하고, 터널도 다시 손봐야 한다.

공사하는 동안 차량은 계속 다녀야 한다.

집으로 비유하면 살고 있는 아파트를 허물지 않고 방 하나를 더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가능은 하지만 엄청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오히려 중부고속도로는 당시 설계를 너무 잘한 편이었다


의외의 사실도 있다.

1980년대에는 왕복 4차선 고속도로가 흔한 선택이었다.

당시 교통량을 기준으로 보면 과소 설계라기보다 적정 설계에 가까웠다.

문제는 설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장 속도였다.

예상보다 자동차가 훨씬 많이 늘었고, 물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도로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1987년의 결정을 달리고 있다


고속도로는 한 번 만들면 수십 년을 사용한다.

지금 우리가 중부고속도로에서 겪는 정체는 오늘 생긴 문제가 아니다.

1980년대의 교통 예측과 예산, 기술, 경제 상황이 만든 선택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결과다.

가끔 도로에서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답답함은 단순히 차가 많아서가 아니라, 4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도시와 산업의 변화가 한곳에 모인 풍경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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